나는 사정 조로 말했습니다. 〈기도로 은혜로 낫는 것은 맞는 말인데 약도 먹으며 기도합시다.〉 나의 설득은 그의 완강한 고집 앞에 아무런 힘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약을 먹으며 함께 기도하기를 거듭 설득하려 하였으나 나중에는 내가 가면 문을 닫아걸고는 들어서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그를 살리고픈 일념에 결핵약을 지어 문틈으로 들여보내며 〈제발 약을 먹으세요. 나아서 좋은 일 함께 하며 살아갑시다.〉고 사정 조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화를 내며 약봉지를 밖으로 내던지며 〈사탄아 물러가라〉고 하고는 얼굴을 비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할 일은 그를 위해 기도드리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그의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피를 토하며 죽은 후에 장례 치르러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예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남기고 저승으로 갔습니다. 신앙은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힘입니다. 그러나 그릇된 신앙은 살 사람도 죽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빈민촌 사람들은 한(恨) 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평생에 쌓이고 쌓인 한을 풀어야 제구실을 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대로 풀지 못하면 속으로 병이 되어 자신을 괴롭힙니다. 그래서 빈민촌에는 무당이 많습니다. 골목마다 무당집을 나타내는 깃발을 세워 놓은 집들이 있습니다. 큰 굿판이 한번 열리면 며칠씩이나 북을 울리며 한풀이 굿을 합니다.
한번은 교회당과 나의 숙소가 있는 집 아랫집에서 큰 굿판이 벌어졌습니다. 밤늦도록 북을 치고 방울을 울리며 요란하기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로 뒤척이다 옷을 주워 입고는 나가 굿판이 벌어지고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마을 아낙네들이 모인 자리 가운데 50대나 되어 보이는 무당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고깔모자를 쓴 채로 손에 든 대나무를 흔들며 무어라고 살을 풀고 있었습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굿판에는 어색한 나는 아낙네들 뒷줄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손 안에 든 대나무를 흔들며 무어라 무어라 하더니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 위에 맨발로 올라섰다 내렸다 수차례 되풀이 하는 모습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습니다. 작두 위에서 발이 금방 피 탈이 날 것 같은데 그냥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히야, 도(道)가 깊은 무당인 게로구나〉 하며 감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대나무를 흔들며 작두를 오르내리던 무당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습니다. 팔에 힘을 주며 대나무를 흔들려고 애쓰는 듯하였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을 보던 마을 아낙네들이 말했습니다.
〈신이 안 내리네. 판돈이 적어 그런 기여. 판돈을 듬뿍 놓아야제.〉 한즉 굿 풀이 하는 주인아줌마가 상 위에 얼마를 현금으로 놓았습니다. 그래도 무당은 손에 든 대나무를 흔들지 못하고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낙네들이 〈판돈이 적은 기여. 듬뿍 놓아.〉 하기에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야 귀신도 돈을 밝히네〉 하며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무당이 동작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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